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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동 토박이 김정해 & 손정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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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을센터 댓글 0건 조회 480회 작성일 20-07-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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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발하는 강동구마을지원센터가 2020년, 새로운 마을살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 마을 구석구석을 탐구했던 지난해에 이어 관내에 유관기관들을 알아보는 THEMA.1 마을공동체가 자란다,  마을을 살아가는 주민공동체의 활약이 펼쳐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THEMA2. 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강동의 과거에서 미래를 조망해 보는 THEMA3. 나의 살던 마을은 까지 세 가지 테마로 기획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여러분을 강동사랑으로 이끌  시리즈 '강동을 살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THEMA3. 나의 살던 마을은


#12_ "성내동은 또 다른 고향입니다."


          성내동  55년 토박이  김정해  손정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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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동 #ㅡ*번지 ​주민등록등본의 거주지 변경란은 텅 비어있다. 1965년, 아버지가 성내동에 집을 지어 자리 잡은 후 한 번도 이사하지 않았으니 깨끗할 수밖에 없다. 전세나 월세를 찾아 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한 주소에서 55년째 살고 있는 성내동 토박이 김정해(74), 손정자(70) 부부. 사이 성동구 성내동에서 강남구 성내동, 강동구 성내동으로 구(區)이름은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부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도 많이 떠나고 몇 집 안 남았어요. 경환이네랑 대근 씨네 그리고 길 건너 어르신 아픈 집, 서너 가구 정도 남았나? 이 집에서 학교를 다녔고 부모님을 모셨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았고 이제는 아들네랑 손주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우리 가족에게는 고향 같은 집이고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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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는 현재 어마어마한 변화의 한중심에 서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수많은 집과 땅이 허물어지고 신축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붙박이였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특히 고덕 단지로 일컫는 고덕동, 상일동의 격변은 시간을 느리게 살던 강동 주민들에게 놀람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 들고나는 일, 부수고 세우는 일이 인간사의 일부라지만 '이웃과 함께 사는 정다운 내 집' 보다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비싼 집'을 지향하는 새로운 이웃의 등장은 강동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낯선 경험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불어 사는 마을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더욱 그립고 소중하다. 여기에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닌다면 말해 무엇하랴. 다행히 강동구에는 그런 마을들이 아직 여러 곳 남아있다. 성내 2동, 그중에서도 #번지 일대는 성내동의 원적지 같은 동네이다. 천호대교로 이어지는 양재대로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성내동의 주도로였던 천호옛길을 따라 골목골목 집들이 들어섰다. 성내동 맛집 거리, 유명한 쭈꾸미 골목과 이웃한 김정해 손정자 부부의 집은 #번지 중심가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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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앉은 땅 모양이 독특하네요. 집 구조도 재미있구요.

▶처음 지었던 기와집에 덧대어 81년에 이층을 올려서 그래요. 65년, 내가 고 2 때, 이 집을 지으면서 성내동으로 이사 왔어요. 한남동에서 10년간 살다가 왔지요. 기와집 천정에 올린 상량보를 보면 1966. 5. 22 병오년이라 적혀 있어요. 원래 부모님이 사셨는데 지금은 큰 아들네가 살아요. 엊저녁에 물 샌다 그랬는데 워낙 오래돼서..... 이층집은 리모델링을 한번 했어요.

▶아버님은 86세, 어머님은 93세로 2013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36년 동안 함께 살았어요. 집도 좁고 해서 이사하려 했는데 시부모님이 간곡히 붙잡으셨고 이제는 애들이 이 집과 성내동을 너무 좋아해요.

▷당시 강동은 한창 변두리였는데 사대문 안에서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나요? 

▶아버지는 약산 진달래가 아름다운 평북 영변 출신으로 농업학교에서 잠종을 공부한 전문가였어요. 한남동에 명주로 짠 갑사를 제조하는 직물공장을 차렸죠. 한산모시 못지않게 귀한 비단 제품을 많이 생산했는데 4.19 이후 급격히 기울며 태백 막장까지 다녀올 만큼 힘들어졌어요. 결국 한남동 터전을 정리하고 성내동으로 오게 됐죠. 당시 성내동에는 직물공장들이 참 많았어요. 경기제사, 제일타올, 일신섬유, 동명.... 그중 상신직물은 아버지 여동생 그러니까 고모랑 고모부가 운영하는 회사였어요. 기모노에 두르는 허리띠(오비) 천을 짜서 일본에 수출하는 비단직물공장이었죠. 그 앞에 이 집을 짓고 아버지께서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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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한 지금과 많이 달랐군요. 당시 성내동 주변 풍경이 기억나세요? 

▶그럼요. 온통 고구마랑 호박밭에 집도 몇 채 없고 전부 공장들이었죠. 지금 롯데시네마 자리에는 이화벽돌공장이 있어서 흙을 파낸 큰 웅덩이들이 많았고 직원 사택이 천호사거리 근처에 줄지어 있었는데 한 채가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여기 #번지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천호옛길말고는 길 다운 길도 없었어요. 관공서 일을 보려면 구천면길에 있는 천호출장소로 가야 했지요. 마을 부호였던 박**씨가 기부한 논자리에 강동구청이 문 여는 날, 서울시장을 비롯 동네 세도가들이 모두 모여 테이핑 하던 광경이 생생히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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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면 옆집 어르신들을 따라 족대들고 고기를 잡으러 갔어요. 지금 올림픽공원 자리에 깊은 웅덩이들이 많았는데 일본 점령기 때 사금을 채취하던 자리였대요. 아무튼 비가 오면 사금 구덩이들이 연못이 됐어요. 또 포도 과수원이 많아서 포도철에는 떼다가 가게에서 팔기도 했어요. 봉지과자, 생필품은 주로 천호시장이나 방산시장에서 샀고 천호동 복정상회 막걸리는 공장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아 말로 떼다 팔았어요. 광진교 사거리(천호 구사거리)가 제일 번화했는데 지금은 죄다 없어졌지만 문화, 천호 극장이 있었어요. 우리 가게에 영화 포스터를 붙여주면 공짜표를 두 장씩 줘서 우리 아버지가 많이 이용하셨지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았나요?

▶구멍가게를 계속하면서 민성직물, 상신직물에서 직장 생활을 했어요. 아내가 부모님 모시고 아이들 키우며 가게까지 맡아 하느라 고생 많이 했지요. 임신 중에도 물건을 해다 팔고 했지만 동네 장사라 외상이 많아서 별 이문을 못 남겼어요. 월급 받아 한꺼번에 갚곤 하니까 떼 먹히기도 많이 떼 먹히고.... 열심히 살았지만 늘 쪼들렸어요. 80년대 들어 직물산업이 사양화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 2011년 은퇴할 때까지 30년 가까이했어요. 일하면서 통장 8년, 바르게 살기협의회, 소비자단체 등 마을에서 이런저런 봉사도 함께 했어요. 지금은 자그마한 가게 자리 몇 개 세놓은 거 받아서 살아요. 그중에는 십 년 넘게 맛집으로 소문난 곱창가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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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자녀는 몇이나 두셨나요? 

▶군대를 마치고 친척이 경영하는 직조 공장에 책임자로 들어갔는데 사무실에 마음씨도 곱고 예쁜 아가씨가 있더라고. 4년 연애하고 78년도에 결혼해서 43년간 함께 살았어요. 내가 마음을 가볍게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말은 안 했지만 많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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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서라벌예대를 1학년까지 다니다가 집안 형편이랑 부모님 반대 때문에 그만뒀어요. 옛날에는 예술을 하면 딴따라라고 해서 안 좋아하잖아요? 계속했다면 조영남처럼 됐을 거예요.

▶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갔어요. 연극도 하고 노래도 하며 무대에 섰어요. 군대도 내가 갈 때 처음 창단한 군악 합창단 1기로 다녀왔어요.

▶아들 둘을 낳았는데 모두 결혼해서 자기 가정을 꾸렸습니다. 큰 아들네는 우리랑 이 집에서 살고 둘째도 여기서 멀지 않은.... 거기도 성내동이네, 작지만 제 집을 사서 살고 있어요. 큰 아들은 건축 공부하러 프랑스에 10년간 유학을 다녀와서 지금 프리랜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고 거기서 만난 큰 며느리도 불어를 아주 잘해서 큰 행사 통역도 했는데 아이들 키우느라 그 능력을 묵혀두고 있어서 아까워요. 석재회사에 다니는 둘째 아들도 성실하고 착해요. 며느리 모두 착하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고 특히 둘째는 알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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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건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이 동네로 이사 오던 해, 광진교 중간이 브이 자로 꺾여 붕괴한 적이 있었어요. 태풍이랑 장마 때문에 불어난 물에 다리가 휩쓸려서 그리됐대요. 또 동네 이웃집 친구아들이 출근하려고 버스를 타고 광진교를 건너다가 앞에 가던 버스가 갑자기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사람이 많이 죽고 다쳤지요. 73년인가 그럴 거예요.

▶강동구는 큰 비만 오면 침수피해가 났는데 특히 바람들이라 불렸던 풍납동은 오죽했으면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번 잠겼어요. 성내동도 마찬가지였죠. 84년인가,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집사람이 고향에 다녀오다 길이 잠기는 바람에 거여동 쪽으로 돌아서 집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을 성내동에서 살았는데 떠나지 않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불편한 게 없는 동네예요. 특히 교통 좋고 시장도 가깝고 무엇보다 옛사람들이 많고. 물론 지금은 많이 떠났지만 그래도 다른 동네보다는 낫지요. 다만 중심가이다 보니 공기가 점점 나빠지고 음식골목에서 냄새가 많이 나요.

▶애증 때문에 더 못 떠나요. 무슨 소리냐면 여기가 이런저런 분쟁 때문에 일이 많았어요. 어떤 사기꾼이 전쟁 때 광주군 구천면 성내리 지적부가 불타버린 것을 알고 이 일대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수십 년 민사재판을 했구요, 최근에는 측량문제 때문에 담을 잇댄 이웃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해요. 그 옛날 줄자로 실측해서 나눴던 땅을 요즘 항공촬영으로 재면 오차가 날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휴, 마음 아파요. 참 인심 좋은 동네였는데.

▶애들이 참 좋아합니다. 자신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특히 건축을 전공한 큰아들 내외는 프랑스에서 오래 살다 와서인지 오래된 마을의 가치를 잘 알아요. 살기 좋은 성내동을 만들고 싶다며 지금 성내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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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집사람이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안 아픈 데가 없다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니던 수영도 못해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젊은이와 아이들이 살기 힘든 시절인데 이들이 기죽지 말고 활기차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집사람 말대로 여러 사람이 서로 알아가며 사이좋게 잘 사는 곳이 마을이라면 성내동이 어린이가 안전하게 잘 자랄 수 있는 동네, 젊은이들이 다시 들어와 희망과 꿈을 키우는 동네가 되길 바랍니다.

성내동의 터줏대감 김정해, 손정자 부부. 특히 남편 김정해 씨가 평생 써온 30여권의 비망록에는 그들 가족사뿐 아니라 성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기로, 가계부로, 때론 여행메모 형태로 전단지, 이면 용지, 노트와 메모지를 가리지 않고 써 내려간 기록이 잘 지켜지고, 부부가 평생을 살아온 성내동 #ㅡ*번지​ 주민등록등본의 거주지 변경란이 앞으로도 깨끗하게 비어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강동마을기록활동가 유 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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